이번에 새로 공개된 C&C 라이벌즈를 보자니 참 답답합니다.

게임의 장르는 납득이 됩니다. 투자 대비 효율이 현재 가장 높은 플랫폼은 모바일이고, C&C 팬덤 대부분이 이제는 PC 앞에 진득히 앉아서 게임하기는 힘든 세대입니다. 게다가 C&C는, Command and Conquer라는 제목 때문에라도 전략/전술 게임이 될 수 밖에 없어요. 오히려 모바일이라는 한계를 생각하면 의외로 컨트롤 요소가 풍부하다고까지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트레일러를 보니 타이베리움 뮤턴트가 있고 지하 유닛을 사용하는걸 보니 타썬 시대로 보입니다. 타이베리안 선, 2차 타이베리움 전쟁 시기는 참으로 멋진 디자인의 유닛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복셀의 고질적 문제 때문에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것들이 많았죠. 새 시대에 걸맞는 고해상도의 멋진 유닛들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케인의 분노때 타썬 Nod 보병 복장이 나온 걸 보고 탄성을 지른 사람이 저 혼자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그런데 왜 여기까진 잘 골라 놓고 소재를 다 망칩니까?


우선 트레일러의 Nod측 커맨더 보죠. 타이베리움 크리스탈이 박힌 Nod 커맨더? 이런 거 들어본 적 있어요? 뮤턴트는 병력으로는 굴린 적 있어도 사령관으로 나온 적이 없는 게 Nod입니다. "포가튼" 이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데요? Nod는 뮤턴트는 소모품으로만 굴린다고요! 차라리 사이보그 커맨더면 이해하겠네요.

그리고 타썬 시대인데 하늘이 왜 저리 맑아요? 지평선에 타이베리움 그림자도 안 보이네요? 그럴 거면 포스터 이미지에 타이베리움 크리스탈을 그리지나 말든가! 왜, IP를 묵힌지 너무 오래 돼서 타이베리움 생태계가 어떤지 기억하고 있는 아트 디렉터가 없기라도 한 겁니까?

게다가 GDI가 미사일 벙커를 점령해서 그걸 Nod한테 쏜다고? 왜? 좌표만 있으면 이온 캐논으로 날려버리면 되는데 왜? 제가 이 게임 기획했으면 점령 구조물을 미사일 벙커가 아니라 지역 관측소나 데이터 벙커, 아니면 컨트롤 노드로 했을 겁니다! 그러면 GDI가 확보하면 이온 캐논을, Nod가 확보하면 멀티 미사일을 날렸겠죠! 아니 애초에 지하 유닛이 돌아다니는 시대에는 Nod는 핵미사일 안 썼다고!

시대 이야기 나온 김에 사령관들 보죠.
GDI 사령관들은 좀 오리지널리티가 떨어지긴 하는데 뭐 괜찮아요. 솔로몬 장군은 나오는데 어째서 닥터 모비우스나 마이클 맥닐이 안 나오는지는 의문이네요. 단 사령관들 특수능력 배치는 맘에 안 듭니다.
Nod 봅시다.
.......................지하유닛 다니는데 세스가 살아있다고? 기획자 나와! 너 C&C 시리즈 제대로 플레이해본거 맞냐!
동명이인이라고 커버칠 수도 없는게 설명과 외모가 그 세스랑 완전히 일치합니다 ㅋㅋㅋㅋ
차라리 날 시켜라! 날 시켰으면 뮤턴트 군단 특화 닥터 페트로바 넣고 지하유닛, 블랙핸드 특화 슬라빅 넣었겠다! 옥산나는 컨셉은 괜찮네요.
케인님이요? 그분은 사령관 따위로 나올 체급이 아니죠. 에이.


시대적으로 보면 C&C가 모바일 게임으로 나오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것 없어요. 영화같은 미디어에서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옛날 IP들 리부트나 리마스터가 성행하는 시대이고, 같은 모바일게임으로 보면 저기 페그오같은 경우에도 유사 게임 소리 들으면서 수익을 쫙쫙 올리고 있죠.

그런데 사람들이 왜 그런 데 돈을 쓰는지를 EA는 잘 모르나 봅니다.
추억을 아름답게 되살려 주고, 새 시대의 새 표현 방식으로 부활한 콘텐츠를 보는 게 즐겁기 때문에 돈을 쓰는 건데. 그래서 돈독올랐다고 욕해 가면서 소액결제를 하는 건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순이 눈에 많이 들어오면 돈을 쓸 수가 없잖아요!